홈리스1999 인디게임 개발일지 2, 피씨방에서 켜 보니 버그가 쏟아졌다
집 컴퓨터로 스크린샷만 찍을 땐 몰랐던 것들, 남의 컴퓨터에서 직접 하며 하루 동안 고친 이야기
· 오름게임즈
압축 파일 하나 들고 피씨방에 갔다
홈리스1999는 스팀에 낼 PC 게임이다. 그러면 손님은 내 컴퓨터가 아니라 자기 컴퓨터에서 게임을 켠다. 그래서 PC판을 압축 파일 하나로 묶어서 피씨방에 들고 갔다. 남의 컴퓨터에서 압축을 풀고, 손님이 하듯이 그냥 해 보기로 했다.
집에서도 매일 게임을 켰지만, 그건 스크린샷을 찍거나 고친 곳을 확인하려고 켠 것이었다. 손님처럼 며칠씩 이어서 해 본 건 거의 처음이었다. 그렇게 하니까 버그가 줄줄이 나왔다.
일본어판인데 영어가 나왔다
그날 막 게임을 9개 언어로 번역한 참이었다. 그래서 피씨방에서는 일부러 일본어로 켰다. 메뉴와 알림은 일본어로 잘 나왔다. 그런데 사람에게 말을 걸자 영어 대사가 나왔다. 도감의 사람 이름도 영어였다.
번역이 빠진 걸 찾는 검사 도구가 있었는데, 그 도구는 화면에 뜬 글만 모았다. 말을 걸어야 나오는 대사나 아직 만나지 못한 사람의 물음표 칸은 화면에 안 뜨니까 검사에서도 빠졌다. 그렇게 빠진 글이 107줄이었다.
그래서 코드 안에 한국어와 영어가 짝으로 적힌 곳을 전부 훑는 방법으로 다시 찾았다. 빠진 107줄을 일곱 개 언어로 모두 채웠고, 번역 사전은 686줄이 됐다.
바닥에 노란 네모가 깔려 있었다
공원 잔디에 노란 네모가 점점이 박혀 있었다. 은행잎이라고 깔아 둔 것이었는데, 피씨방 모니터로 보니 아무리 봐도 은행잎이 아니라 노란 네모였다.

노란 네모를 빼고 부채꼴 은행잎을 네 가지 색으로 그려서 다시 깔았다. 나무 둘레에 110장, 공원에 900장이다. 겨울에는 보이지 않게 했다.
강아지는 뒤에 있는데 먹을 것을 내밀었다
공중전화 앞에 서 있는데 먹을 것 내밀기가 떴다. 강아지는 주인공 등 뒤 저만치에 앉아 있었다. 가까이만 있으면 어느 쪽에 있든 내밀 수 있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주인공이 바라보는 쪽에 강아지가 있을 때만 내밀 수 있다. 강아지와 친해져서 더 줄 것이 없을 때는 이름이 쓰다듬기로 바뀐다.
양복 입은 사람이 길바닥에 쭈그려 있었다
밤길 인도에 양복 입은 남자가 쭈그려 앉아 있었다. 새우잡이배로 데려가는 소개꾼이다. 그런데 광장 노숙인 자리에 섞여 있어서, 그냥 길에 앉은 이상한 사람처럼 보였다.

소개꾼은 광장에서 빼고 경마장 문 옆으로 옮겼다. 오전 10시부터 밤 11시까지 거기 서 있고, 따라가면 새우잡이배 엔딩이다.(*스포일러 주의 근데 이 글을 몇명이나 읽을지 생각하면 딱히 스포일러가 될거같지도 않아서 쓴다 ㅋㅋ)
경마장은 문이 벽이었다
경마장 앞에 갔더니 문이 회색 벽으로 막혀 있었다. 안에서는 멀쩡히 보이는데, 밖에서 보면 문 자리에 벽이 서 있었다. 상가 1층을 통째로 한 덩어리로 만들어서, 그 바깥면이 문을 덮고 있었던 것이다. 덩어리를 셋으로 나눠서 문이 보이게 했다.

안에서도 하나가 더 있었다. 경주가 끝나고 베팅 창이 열린 채로 남으면, 의자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이제는 앉은 채로 E나 방향키를 누르면 일어난다.

버그보다 더 큰 문제, 30만원 모으기가 너무 힘들었다
버그를 하나씩 적다 보니 더 큰 게 보였다. 게임이 너무 힘들었다. 30만 원을 모으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길에서 자다 도둑맞거나 술에 취해 쓰러져 잃는 돈을 1만 원, 1만 5천 원, 2만 원 가운데 하나로 줄였다.
박스를 모아 박스집을 짓고 자는 설정은 아예 뺐다. 대신 지하도에서 박스를 깔고 잔다. 걷는 속도는 1.3배 빠르게 했다. 마트 카트는 빼고, 5천 원짜리 장바구니 카트만 있어도 박스를 주울 수 있게 했다. 마음이 바닥이면 노가다를 나갈 수 없게도 했다.
집에서는 안 보였다
스크린샷을 찍으려고 켤 때는 카메라를 세워 둘 자리만 보고, 정작 그 거리를 걸어 다니며 살아 보지는 않았다. 피씨방에서 손님처럼 며칠을 살아 보니 그제야 보였다.
어제 고친 PC판을 들고 오늘 다시 피씨방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