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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게임즈 인디게임 개발뉴스

AI 슬롭이라 불리던 자리에서 80억 분의 1이 터졌다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가장 숨기고 싶어 하는 두 단어, 웹게임과 AI 게임이 한꺼번에 증명한 것

· 오름게임즈

AI 러다이트 운동이 한창이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 글을 쓰는 사람,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이 AI 생성물을 거부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게임판에서도 AI를 썼다는 말이 나오는 순간 리뷰 창이 싸늘해진다. 그 한복판에서 80억 분의 1이라는 게임이 대박을 쳤다.

80억 분의 1 공식 사이트 첫 화면. 지금 이 순간에도 1초에 네 명꼴로 아기가 태어난다는 소개와 172개국 출생 통계

개발자들이 입에 올리기 싫어하는 두 단어

인디게임 개발자들, 그중에서도 오래 만들어 온 사람일수록 입에 올리기 꺼리는 단어가 둘 있다. 하나는 웹게임이고, 다른 하나는 AI 게임이다.

웹게임이라는 말에는 오래된 그늘이 있다. 설치도 없고 결제도 없으니 가볍다는 뜻으로 읽히고, 가볍다는 말은 어느새 대충 만들었다는 말로 바뀐다. 똑같은 게임이라도 브라우저에서 돌아간다고 하면 평가가 한 단계 내려가는 일은 지금도 흔하다.

AI 게임은 더 심하다. AI로 만들었다고 하면 머릿속에서 그리던 것을 겨우 눌러 담은 미완성품, 누가 만들어도 비슷하게 나오는 복제품이라는 눈총을 받는다. 그 눈총에는 이름까지 붙어 있다. AI 슬롭. 공들여 만든 사람이 들으면 가장 아픈 말이다. 그래서 많은 개발자가 AI를 쓰고도 쓰지 않은 척하고, 게임 소개 어디에도 그 단어를 적지 않는다.

정작 현실은 다르다

지금 게임을 만들면서 AI를 전혀 쓰지 않는 개발자는 찾기 어렵다. 코드를 짜고, 버그를 잡고, 더미 그림을 뽑고, 번역을 돌리는 일 어디에든 AI가 들어가 있다. 대기업 개발사일수록 더 적극적이다. 인력이 수백 명인 회사가 AI를 들여서 공정을 줄이는 동안, 혼자 만드는 개발자가 AI를 쓰지 않을 이유는 없다.

그런데도 거부감은 좀처럼 식지 않는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해외 유저들 사이에서는 AI라는 두 글자가 붙는 순간 평가가 끝나 버리는 일이 흔하다. 게임을 해 보기도 전에 별점이 정해지고, 커뮤니티에 올린 글은 내용과 상관없이 내려간다. 도구를 보고 결과물을 판단하는 셈인데, 이 분위기는 몇 년째 그대로다.

두 단어를 다 달고 나와서 성공했다

80억 분의 1은 그 두 단어를 다 달고 나왔다. 웹게임이고, AI 게임이다. 숨기지도 않았다. 그리고 성공했다.

이 사실이 말해 주는 바는 분명하다. 사람들이 거부하는 것은 AI 그 자체가 아니다. 완성도 없는 결과물이다. 콘텐츠가 좋으면 만든 도구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비슷한 일은 다른 분야에서 먼저 일어났다. 중국에서는 AI로 만든 드라마가 프라임타임에 편성되어 흥행했다. 처음에는 AI 드라마라는 말 자체가 조롱거리였지만, 볼만한 작품이 나오자 시청자는 만든 방식을 따지지 않았다. 게임도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80억 분의 1이 보여 주었다.

막연한 거부감은 논리로 설득되지 않는다. 좋은 결과물 하나가 나와야 무너진다. 그 하나가 이번에 나왔다.

SNS 공유가 성공의 요인이었다

80억 분의 1 공식 사이트에 적힌 방송과 영상 안내 원문

성공의 요인을 하나 꼽으라면 SNS다. 80억 분의 1은 광고로 퍼진 게임이 아니다. 해 본 사람들이 자기 화면을 찍어 올리고, 그 글을 본 사람이 또 해 보고 올리는 식으로 SNS를 타고 번졌다. 게임 안에서 겪은 삶이 저마다 달라서, 올라오는 글마다 이야기가 달랐다. 그것이 다시 다음 사람을 불러들였다.

만든 쪽은 그 길을 처음부터 열어 두었다. 공식 사이트에는 게임 화면과 거기서 살아 본 삶을 따로 묻지 않고 방송하거나 영상으로 만들어 올려도 되고, 수익을 내는 채널이든 TV와 라디오 방송이든 써도 괜찮다고 적혀 있다. 부탁은 출처를 밝혀 달라는 한 줄뿐이다.

보통 게임 하나를 내면 저작권 안내부터 길게 붙는다. 허락을 받아야 하고, 수익 채널은 따로 문의해야 하고, 방송은 안 된다는 식이다. 80억 분의 1은 반대로 갔다. 사람들이 마음껏 찍고 올리고 퍼뜨리게 두었고, 그렇게 올라간 글 하나하나가 광고가 되었다. 게임이 좋아야 퍼지는 것은 맞지만, 퍼질 길을 막아 두면 좋은 게임도 거기서 멈춘다.

오름게임즈에게는 남의 일이 아니다

AI로 게임을 만들고 사이트를 운영하는 오름게임즈에게 이 소식은 남의 일이 아니다. 오름게임즈가 내는 게임은 전부 웹게임이고, 전부 AI로 만든다.

그래서 이번 성공이 더 반갑다. 사람들이 막연하게 밀어내던 AI 게임도 콘텐츠만 좋으면 마음 깊은 곳까지 닿을 수 있다는 것을, 누군가 먼저 뜨겁게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오름게임즈는 누구나 설치 없이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면서, 동시에 다른 어디에도 없는 소재를 찾으려 노력해 왔다. 지하철 열차 칸을 지키는 1호선 빌런, 고시원 총무가 되어 공부와 관리를 같이 하는 고시원 총무, 닭을 직접 튀기는 개발자치킨집, 서부 개척 시대에 흑인 여성이 말을 타고 올가미로 다양한 인종의 현상수배범을 사냥하는 올가미 언니처럼 큰 회사라면 기획 단계에서 걸러졌을 소재들이다. 작은 팀이 AI를 손에 쥐었기 때문에 만들 수 있었던 게임들이다.

아직 이렇다 할 히트작은 없다. 그래도 사이트를 찾는 사람은 꾸준히 늘고 있고, 쌓인 플레이 타임은 어느새 1300시간을 넘겼다. 누가 시켜서 들어온 사람들이 아니라, 짧은 웹게임을 찾아 검색하다가, 한번 해 보고 다시 돌아온 사람들의 시간이다. 재방문율도 10%로 높은 편이다.

80억 분의 1의 성공을 축하드리며, 오름게임즈도 다음 게임을 만든다.

오름게임즈의 게임 안 모든 저작물은 무료로 상업 이용이 가능한 콘텐츠이며, 방송하거나 영상으로 만들어 올려도 되고, 수익을 내는 채널이나 TV와 라디오 방송에서 쓰는 것을 적극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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