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1999 개발일지 1, 웹게임으로 시작해 스팀으로 갈 예정인 생존 게임
1999년 서울역 앞 노숙 생활을 겪어 보는 3인칭 시뮬레이션게임, 그 시작과 방향을 튼 이야기
· 오름게임즈
홈리스1999는 1999년 서울역 앞에서 노숙 생활을 하는 사람이 되어 하루하루 버티는 게임이다. 지금은 스팀에 PC 게임으로 내려고 만들고 있다. 그런데 처음부터 그럴 생각은 아니었다.

처음엔 당연히 사이트에 올릴 웹게임으로 시작했다
사실 스팀 출시는 의미가 없다라고 생각했다. 이름 없는 작은 인디게임을 스팀에 올려 봐야 개발자 등록비도 못 건지고 묻힐 게 뻔해 보였다. 그래서 처음부터 웹게임 사이트를 만들었고, 이글을 쓰고있는 지금도 여전히 스팀개발자계정이 없다 ㅎㅎ 오름게임즈의 게임은 모두 설치 없이 브라우저에서 바로 하는 무료게임이다.
홈리스1999도 처음엔 그렇게 웹게임으로 만들었다. 그러다 거리의 사람들을 Meshy로 그럴듯한 3D 모델로 하나씩 만들어 넣기 시작했다. 편의점 점원, 수녀님, 선배 노숙인, 마트 경비원, 고물상 할아버지까지 한 명씩 늘어날 때마다 거리는 진짜처럼 보였지만, 게임은 그만큼 무거워졌다.
그래서 폴리곤을 줄였다. 줄이면 가벼워지는 대신 사람이 사람처럼 안 보였다. 다시 늘렸다. 그러면 또 무거워졌다. 이걸 몇 번이나 되풀이했다. 이대로 웹게임으로 내면 첫 화면이 뜨기까지 로딩이 길어서, 아무도 기다려 주지 않을 것 같았다.
결국 에라 모르겠다 하고 마음을 바꿨다. 사람들을 낮은 화질로 깎아 내느니, PC 게임으로 만들어서 스팀에 내기로 했다. 묻힐 게 뻔하다던 스팀으로, 용량 때문에 떠밀려 가게 된 셈이다. 이 일지는 10월 6일 기획부터 그렇게 방향을 틀기까지, 그리고 그 뒤를 차례로 적어 두려고 쓴다.
일곱 장면에서 시작했다
10월 6일, 기획은 장면부터 적었다. 편의점 앞에서 누가 먹다 버린 컵라면을 몰래 먹는 장면이 첫 번째였다. 밤마다 교회 처마 밑이나 어두운 뒷골목에서 잘 곳을 찾는 장면, 땅만 보고 걷다가 떨어진 동전을 줍는 장면, 버거집에서 쫓겨나는 장면, 공중화장실에서 몰래 씻는 장면, 마트 시식 코너를 도는 장면이 뒤를 이었다. 아픈 발을 치료하러 병원에 가는 장면도 있었는데, 발 이야기는 만들다가 통째로 뺐다. 이런 장면을 먼저 적어 두고, 그 장면들이 하루 안에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규칙을 붙였다.
가장 먼저 정한 규칙은 배고픔이다. 먹지 못하면 체력이 바닥나고 그 자리에서 쓰러진다. 쓰러지면 그대로 다음 날 아침이 되고, 길바닥에서 잔 날은 체력이 조금밖에 차지 않는다. 그래서 아침에 눈을 뜨면 무엇보다 먼저 먹을 것부터 찾아야 한다. 이 규칙 하나가 게임의 하루를 만든다.
옛 서울역을 세웠다
배경은 1999년 서울역 광장이다. 지금의 유리 역사가 아니라 붉은 벽돌과 초록 돔이 있는 옛 역사를 세웠다. 처음엔 네모난 건물이었는데, 옛날 서울역 하면 떠오르는 동그란 돔을 꼭 얹고 싶었다. 창 열두 개가 둘러진 둥근 벽 위에 초록 동판 돔을 올리고, 광장 어디서 봐도 보이도록 정면 쪽으로 당겨 놓았다.

주변 거리도 90년대로 바꿨다. 전봇대마다 전선이 늘어지고, 상가에는 간판이 빼곡하고, 큰길로는 23번 시내버스와 흰 택시가 지나간다. 저녁이 되면 길가에 포장마차가 불을 켠다. 벽과 바닥에는 낡은 콘크리트와 벽돌 사진 질감을 입혀서, 깨끗한 장난감 마을이 아니라 사람이 오래 살아온 거리처럼 보이게 했다.
제목은 사흘 동안 네 번 바뀌었다
처음 제목은 그냥 홈리스였다. 다음 날 꽃거지게임이 됐고, 그다음 날 하루에만 1999와 거지1999를 거쳐 다시 홈리스로 돌아오면서 뒤에 1999가 붙었다. 그렇게 지금의 홈리스1999가 됐다.
타이틀 화면의 제목은 전봇대에 붙은 전단지 모양으로 만들었다. 가장자리가 찢기고 귀퉁이가 떨어져 나간 종이에 압정 구멍과 커피 자국, 접힌 자국까지 그려 넣었다. 길에서 떼어 온 종이 한 장처럼 보이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커지고 있는 이야기
처음 시작은 폐지줍고 떠돌이개와 가족이 되어 월세방을 구하는게 스토리의 전부였다.
하지만 편의점알바녀에게 첫눈에 반해서 스스로 자립하기위해 노가다도 나가고 군고구마장사 포장마차를 꾸려가며 그녀와의 생활을 꿈꾸는 스토리를 추가했다.
지금도 다양한 이벤트를 추가해서 게임의 볼륨을 높이는 작업을 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