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게 사생활을 팔아 월 300만 원, 인디게임 월300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개발자의 한 문장에서 시작해 하루 만에 나온 디스토피아 시뮬레이션게임
· 오름게임즈
한국의 작은 인디게임 스튜디오 오름게임즈가 9월 26일 새 게임 월300을 냈다. AI에게 사생활 데이터를 넘기고 한 달 기본소득 300만 원을 받으며 사는 사람의 이야기다. 장르는 시뮬레이션게임이자 스토리게임, 그리고 디스토피아게임이다. 기획부터 출시까지 하루가 걸렸다.
한 문장에서 시작했다
시작은 개발자의 한 문장이었다. "미래 기본소득은 AI 학습용 데이터를 팔아 월300을 받는 것." 개발자는 유튜브를 예로 들었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자기 일상을 찍어 올려 돈을 번다. 그 영상을 사는 쪽이 사람이 아니라 AI가 되면 어떻게 될까. 게임은 그 질문 위에 지어졌다.
제목도 그 문장에서 바로 나왔다. 부제나 구호를 붙이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개발자는 넣지 않았다. "월300 하면 제목에서 궁금증이 생기니까." 시작 화면은 개발자가 영화 「300」 포스터를 건네며 "이렇게"라고 한 데서 나왔다. 흑백으로 가라앉은 원룸 위에 붉은 붓글씨로 월300 세 글자만 비스듬히 쓰여 있고, 주인공은 침대 머리맡에서 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CCTV 다섯 대가 곧 기본소득
주인공이 사는 집은 현관·거실·주방·욕실·침실 다섯 칸이고, 방마다 CCTV가 한 대씩 달려 있다. 개발자가 처음 정한 규칙은 이것이었다. 콘텐츠가 없으면 집에 CCTV를 달고 자기 생활을 생중계한다. 그게 기본 수입이다.

돈 계산은 단순하다. 개발자는 "집안 장소가 총 5개니까 각 60만 원씩, 아무것도 안 하면 0원, 기본소득 300은 기본 생활비"라고 정리했다. 카메라를 다 켜 두면 한 달 300만 원이 들어오지만 생활비도 딱 300만 원이라 남는 돈은 없다. 카메라를 하나 끄면 그만큼 빚이 된다. 일하지 않아도 굶지는 않지만, 모으려면 뭔가를 더 팔아야 한다.
바깥 골목에도 CCTV가 있다. 이건 끌 수 없다. "바깥 CCTV는 무조건 켜져 있는 거야, 못 건드려." 화면 하나에 카메라 하나라는 규칙도 개발자가 정했다. 흑백 세상에서 색이 있는 건 TV·모니터·전광판 같은 화면뿐이다.
흔한 영상은 싸고, 아무도 안 찍는 영상은 비싸다
게임의 중심에는 AI 신선도 점수가 있다. 찍힌 장면이 AI에게 얼마나 새로운지를 %로 매긴 점수다. 개발자의 설명은 이랬다. "젊은 여자 비키니 영상은 흔해서 점수가 낮고, 80대 할아버지 비키니 영상은 사람 소비자는 없어도 AI에겐 신선하다."

그래서 해변에서 비키니 셀카를 찍어 팔면 7%, 80대 할아버지의 트렁크 체조를 찍으면 96%가 나온다. 주인공은 20대 여자를 찍을 때는 신이 나서 하트를 날리고, 할아버지를 찍을 때는 식은땀을 흘린다. 그래도 돈이 되니까 결국 할아버지를 찍게 된다. 정장 차림으로 혼자 그네 타는 아저씨, 버스 정류장에서 발레를 하는 아저씨, 비둘기와 대화하는 아저씨도 점수가 높다. 같은 장면을 또 팔면 AI가 이미 배워서 값이 반으로, 또 반으로 떨어진다.

집 안에서는 사고가 돈이 된다. 라면이 끓어 넘치고, 의자에서 넘어지고, 샤워하다 비누를 밟고, 밤 10시가 넘어 몰래 냉장고를 연다. 개발자는 여기에 한 줄을 더 보탰다. "똥 싸는 것도 돈 쳐줘." 변기 장면은 아무도 올리지 않는 장면이라 78%가 나온다. 포장마차에서 한 잔 마시고 가로등을 끌어안은 채 "어떻게 사람 마음이 변하니" 하고 고백하는 장면은 85%다. 개발자는 이 게임을 한 줄로 이렇게 말했다. "더 부끄러운 사생활이 더 비싸게 팔린다."
목표는 권총 한 자루
돈을 모으는 게임이지만, 그 돈으로 살 것은 하나뿐이다. 개발자가 정한 목표는 이렇다. "목표는 권총구입비용3천만원입니다. 3천만원으로 권총을 사서 CCTV를 모두 쏴버리면 엔딩입니다." 골목 맨 끝 총포사에서 권총을 사서 집과 골목의 CCTV 열세 대를 전부 쏘면, 흑백이던 세상에 처음으로 색이 번진다. 12달 안에 3천만 원을 못 모으면 다른 엔딩으로 끝난다.
균형도 개발자의 말이 기준이 됐다. 처음에는 쉽게 버는 것 같다가 신선도가 떨어지면서 수입이 가파르게 준다. 개발자는 이 흐름을 보고 "지금 설계가 딱 좋아"라고 했다. 대신 한동안 안 판 장면은 이틀마다 조금씩 제값으로 돌아오게 해서, 같은 사고라도 시간을 두고 다시 팔 수 있다.
하루 만에 만든 게임
월300은 하루 동안 만들어졌다. 그림은 모두 코드로 그렸고, 낮의 로파이 음악과 밤의 어두운 소리, 녹화 중 째깍거리는 소리까지 음악과 효과음도 전부 코드로 만들었다. 게임 속 하루는 아침 8시부터 밤 12시까지다. 12시가 되면 밖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들어가고 다음 날 아침이 된다. 30일이 지나면 월말 정산표가 나온다.
월300은 설치 없이 브라우저에서 바로 하는 무료게임이다. PC와 휴대폰 가로 화면에서 모두 되고, 진행은 브라우저에 자동으로 저장된다. 영어판 300 A MONTH도 함께 나왔다.